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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목회 사유]]시리즈 · 설교 준비와 AI — 3편 중 1편

설교 준비에 AI를 쓰는 법 — AI가 잘하는 것, 목회자만 하는 것

설교 준비에서 AI에게 맡길 것과 목회자가 붙들 것을 가르는 경계. 원어·주석·논리 점검·청중 시뮬레이션은 맡기되, 분별과 책임은 사람의 몫으로 남기는 다섯 단계를 정리합니다.

조성현 · 사역자 · AI 윤리 · 옵시디언 PKM 강사

#설교#AI와 목회#프롬프트#예화#AI 윤리

한번은 다 쓴 설교 원고를 AI에게 건네고 이렇게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전통 신학의 관점에서 이 원고를 비판해 줘. 부드럽게 말하지 말고." AI는 정말로 부드럽지 않았습니다. 논증의 약한 고리를 하나씩 짚어 내려가더니, 어느 지점에서 저를 멈칫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본문과 긴장을 이루는 구절 하나가 원고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데, 혹시 의도적으로 빼신 것이냐는 물음이었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논지를 선명하게 만들려고 제가 일부러 뺀 구절이었으니까요. "목회적 결단"이라고 답하자, AI는 그 판단을 존중한다며 다음 지적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날 저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배웠습니다. 하나, AI의 논리 검토는 웬만한 사람 동료보다 집요하다는 것. 둘, 그토록 집요한 도구 앞에서도 마지막 결정은 여전히 — 그리고 마땅히 — 설교자의 몫으로 남는다는 것. 설교 준비에 AI를 쓰는 문제는 결국 이 두 문장 사이의 일입니다. AI가 정말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끝내 목회자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글에서는 그 경계선을 먼저 긋고, 그 위에 설교 준비 다섯 단계를 놓아 보겠습니다.

AI가 정말 잘하는 것 — 네 가지

설교 준비라는 일을 쪼개 보면, AI가 놀랍도록 잘하는 영역이 분명히 있습니다. 막연히 "잘한다더라"가 아니라, 제가 매주 확인하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재료 수집 — 원어·주석·배경·구절 연결. 신학은 이천 년 동안 자료가 쌓여 온 학문입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분야일수록 AI가 학습한 문헌의 양과 질이 좋아서, 원어의 뉘앙스, 주석가들의 해석 차이, 역사적 배경, 관련 구절의 연결 같은 요청에는 높은 확률로 양질의 답이 나옵니다. 그리고 우리는 3주 전에 해 둔 배경 조사도 잊어버리지만, AI는 연도와 이름과 레퍼런스를 지치지 않고 다룹니다. 물론 "정확해 보이는 것"과 "정확한 것"은 다릅니다 — 검증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둘째, 논리 점검. AI는 논리적으로 정리된 글을 방대하게 학습했기 때문에, 전제에서 결론으로 건너뛴 비약을 즉시 짚어 냅니다. 사람 동료에게 원고 평가를 부탁하면 관계 때문에 지적이 무뎌지기 마련인데, AI의 지적은 무뎌질 이유가 없습니다. 글머리의 일화가 보여 주듯, 심지어 원고에 "없는 것"까지 찾아냅니다.

셋째, 청중 시뮬레이션. 완성된 원고가 실제로 어떻게 읽힐지 강단에 서기 전에 미리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마흔이 넘으면 중학생의 눈높이로 내 원고를 읽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그런데 AI는 아이와 청소년이 읽는 책의 언어까지 데이터로 갖고 있어서, "처음 교회에 온 중학생"의 자리에서 내 원고를 읽어 줄 수 있습니다. 이 미리 보기 하나로 설교의 전달력이 눈에 띄게 달라집니다.

넷째, 토론 상대. 예전에는 내 설교를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평가받는 일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내 주장과 반대되는 논리를 AI와 치열하게 탐구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내 신학적 위치가 어디인지 선명해집니다. 나와 정반대의 경험에서 출발한 관점까지 들어 보며 신학적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경험은, 이 도구가 주는 뜻밖의 유익입니다. 같은 이유로 철학이나 역사처럼 내 역량 밖의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탐색할 때에도 AI는 좋은 안내자가 됩니다 — 하나하나 찾아 헤매던 공부에서, 전체를 조망하며 파고드는 공부로 바뀝니다.

끝내 목회자만 하는 것 — 네 가지

반대편 목록은 짧지만 무겁습니다.

첫째, 사람을 읽는 눈. 기도 제목 뒤에 숨어 있는 진짜 고민, 한 가정의 미묘한 기류, 공동체 안의 긴장 관계 — 저는 이것을 '안목적 정보'라고 부릅니다. 청년부에 갈등이 있을 때 그 문제를 설교에서 직접 언급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감각 같은 것은, 어떤 데이터에도 없습니다. 함께 울고 함께 웃어 온 사람만 압니다.

둘째, 본문 앞의 씨름. 본문이 설교자 자신을 먼저 찌르고, 먼저 회개하게 하는 과정은 외주를 줄 수 없습니다. 이 씨름을 건너뛴 설교는 아무리 매끄러워도 어딘가 비어 있습니다.

셋째, '이번 주, 이 공동체'의 분별. 같은 진리라도 지금 이 교회에 필요한 말씀이 무엇인지는 본문 지식이 아니라 목양의 자리에서 나옵니다. AI는 본문이 말할 수 있는 열 가지를 정리해 주지만, 그중 이번 주에 선포할 한 가지를 고르는 일은 기도의 영역입니다.

넷째, 선포의 책임. 강단에서 선포된 말에 대한 책임은 나눌 수도 미룰 수도 없습니다. AI가 준 정보가 틀렸더라도, 그것을 낭독한 책임은 설교자에게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앞의 목록은 재료와 점검이고, 뒤의 목록은 의미와 책임입니다. 재료와 점검은 힘껏 맡기고, 의미와 책임은 한 치도 넘기지 않는 것 — 설교 준비 AI 활용의 원칙은 이 한 문장입니다.

다섯 단계 위에 놓아 보기

이 경계선을 실제 설교 준비의 흐름 위에 놓으면 다섯 단계가 됩니다.

1단계 — 본문 묵상: AI 없이 시작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첫 단계에서 AI를 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본문을 먼저 읽고, 떠오르는 질문과 마음에 걸리는 구절을 내 언어로 적습니다. 이 기록이 없으면 이후의 모든 AI 활용이 '남의 생각 소비'가 됩니다. 반대로 이 기록이 있으면, AI는 백지에 답을 채우는 기계가 아니라 내 질문에 답하는 조력자가 됩니다.

2단계 — 배경 연구: 첫 번째 강점을 씁니다

원어, 주석 비교, 역사적 배경 — AI가 가장 잘하는 재료 수집을 맡기는 단계입니다. 핵심은 질문의 방향입니다. "이 본문을 해석해 줘"는 판단을 맡기는 질문이고, "이 본문에 대한 주요 해석들을 비교해서 보여 줘"는 판단의 재료를 받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인용할 정보는 반드시 원 출처를 확인합니다. AI는 그럴듯한 오류를 자신 있게 말하는 도구이기도 하니까요.

3단계 — 내 기록 연결: 격차가 벌어지는 자리

같은 본문으로 몇 년 전에 설교한 적이 있다면, 그때의 원고와 묵상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대부분 못 찾습니다. 그런데 설교·묵상·심방 기록을 옵시디언 같은 하나의 저장소에 쌓아 왔다면, AI 에이전트에게 이렇게 부탁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이 본문과 이 주제로 쓴 모든 설교와 묵상을 찾아서 종합해 줘."

같은 원리가 화면으로 보이면 이렇습니다 — 원고를 쓰는 동안 볼트의 과거 설교·묵상이 관련도 순으로 자동 추천되는 실제 화면(A4P Sermon Desk)입니다.

결과물은 일반 지식으로 지어낸 초안이 아니라 내가 직접 했던 모든 것 위에 세워지는 뼈대입니다. 찾지 못해 못 쓰던 자료가 되살아나고, 10년 전 설교가 지금의 관점으로 업데이트됩니다. 일반 지식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지만 내 목회의 역사는 나에게만 있으므로, 설교 준비 AI 활용의 진짜 격차는 이 단계에서 벌어집니다.

4단계 — 구조와 초안: 뼈대는 함께, 문장은 직접

묵상(1단계)과 재료(2·3단계)를 놓고 개요를 짭니다. AI에게 개요를 두어 가지 방향으로 제안받을 수도 있고, 내가 짠 개요의 논리적 약점을 비평하게 할 수도 있으며, 반대 입장에서 논박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 논리 점검과 토론이라는 강점이 가장 빛나는 자리입니다. 그러나 원고의 문장은 직접 쓰기를 권합니다. 설교문은 정보 전달문이 아니라 설교자의 인격을 통과한 말이라서, AI가 쓴 매끄러운 문장은 강단에서 소리 내어 읽는 순간 '내 말'이 아닌 것이 드러납니다.

5단계 — 검증과 분별: 도구는 집요하게, 결정은 사람이

완성된 원고를 시험대에 올립니다. 인용한 수치와 예화가 사실인지, 논리 비약은 없는지, 본문에서 벗어난 주장은 없는지 — 여기서는 AI를 나를 칭찬하는 조수가 아니라 나를 반박하는 비평가로 세웁니다. 글머리의 일화가 바로 이 단계에서 나온 것입니다. AI는 제가 뺀 구절까지 찾아냈지만, 그 구절을 뺀 채로 가는 것이 이번 설교에 옳은가를 결정한 것은 AI가 아니라 저였습니다. 이 원고가 성경적인가, 이번 주 이 공동체에 필요한 말씀인가 — 마지막 질문에는 기도 가운데 설교자가 답합니다.

스스로 점검할 세 가지 기준

다섯 단계를 오가며 제가 붙들고 있는 기준을 세 가지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1. 출처의 정직함 — AI가 만든 문장을 내 것처럼 낭독하지 않습니다. 재료는 받되, 최종 문장은 내 씨름의 결과여야 합니다.
  2. 검증의 의무 — AI가 제시한 주석 정보·통계·예화는 반드시 원 출처를 확인합니다. 오류의 책임은 AI가 아니라 설교자에게 있습니다.
  3. 씨름의 보존 — AI로 시간이 절약되었다면, 그 시간은 묵상과 기도와 사람에게로 돌아가야 합니다. 아낀 시간을 다른 행정으로 채우는 순간 설교는 얕아집니다.

헬스장의 AI 트레이너

마지막으로, 이 모든 활용의 발밑에 있는 위험 하나를 말씀드려야겠습니다. 헬스장에 아주 유능한 AI 트레이너가 있다고 해 봅시다. 그런데 내가 운동을 하는 대신 트레이너를 훈련시키는 데만 시간을 쓴다면, 트레이너는 점점 유능해지는데 정작 내 몸은 그대로입니다. 생각도 똑같습니다. 생각을 통째로 외주화하면, 언젠가 AI 없이는 생각도 못 하는 사람이 됩니다.

제가 찾은 가장 확실한 처방은 단순합니다. 목회자는 글을 많이 써야 합니다. 묵상이든 설교 후기든 몇 줄의 메모든, 내 언어로 쓰는 행위 자체가 생각의 근육을 지킵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 글쓰기가 쌓이면 그대로 3단계의 '내 기록'이 됩니다. 생각을 지키는 습관과 AI를 잘 쓰는 토대가 결국 같은 것이라는 사실 — 저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도구보다 토대가 먼저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다섯 단계 가운데 가장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화려한 프롬프트가 아니라 3단계 — 내 기록의 축적입니다. 프롬프트 작성법은 몇 시간이면 배우지만, AI가 딛고 설 나의 데이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 강의는 프롬프트가 아니라 기록 체계(옵시디언과 WORD 분류법)에서 시작해 AI 에이전트 활용으로 나아갑니다. 전체 그림이 궁금하시다면 목회자를 위한 옵시디언과 AI 에이전트 소개 페이지를, 단계별 커리큘럼은 전체 강의를, 교회·노회 단위로 함께 들으실 분은 단체 세미나를 참고하세요.

다음 글 설교 준비 프롬프트 12가지에서는 오늘 다룬 2~5단계에서 바로 쓸 수 있는 프롬프트를, 베껴 쓰는 예문이 아니라 설계도가 보이는 형태로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