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4Pastor

WORD 분류법 — 목회 기록에 자리를 주는 4개의 축

PARA가 목회 자료에 맞지 않는 이유와, 설교·묵상·심방 기록에 자리를 주는 W·O·R·D 4축 분류의 개념, 분류 체계가 있어야 AI 자동 분류가 가능해지는 원리까지 정리합니다.

조성현 · 사역자 · AI 윤리 · 옵시디언 PKM 강사

#WORD 분류법#옵시디언#PKM#기록 관리#자동화

서재를 상상해 보십시오. 10년 치 설교 원고, 새벽마다 쌓인 묵상, 심방 기록, 신학교 시절 노트, 어디선가 스크랩한 자료가 방 안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분명히 "어딘가에 있다"는 것은 아는데, 정작 이번 주 설교에 필요한 그 한 장은 찾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것을 정리 안 된 방이라고 부릅니다. 정리 안 된 방에 옷을 하나 더 던져 넣는 것 — 분류 없이 노트를 쌓는 일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어디서 사 온 티셔츠 열 벌을 통째로 방에 던지면, 그 옷은 산 적은 있지만 입을 수는 없는 옷이 됩니다. "데이터를 많이 모았다"는 만족감만 남고, 실제로는 한 번도 꺼내 쓰지 못하는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부지런함이 아닙니다. 체계입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목회 기록을 위해 직접 만들고, 지금 3만 7천 개가 넘는 노트를 실제로 굴리고 있는 분류 체계 — WORD 분류법을 소개합니다.

왜 일반 분류법은 목회 자료 앞에서 무너지는가

지식 관리 세계에는 이미 유명한 분류법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PARA입니다. 자료를 프로젝트(Project)·영역(Area)·자원(Resource)·보관(Archive) 네 가지로 나누는 방식인데, 마감이 있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일하는 직장인에게는 잘 맞습니다.

그런데 목회자의 자료는 성격이 다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 같은 요한복음 묵상 하나가 주일 설교의 재료이면서, 동시에 성경공부 교안의 재료이고, 몇 년 뒤에는 책 원고의 재료가 됩니다. "어느 프로젝트 소속인가"라는 질문 하나로는 자리를 정할 수 없습니다.
  • 설교·묵상·심방·행정·교리 연구·독서 메모가 한 사람 안에서 동시에 진행됩니다. 분량도 방대합니다. 매주 설교가 나오고, 매일 묵상이 나오고, 심방은 끝나지 않습니다.
  • 무엇보다, 목회 자료에는 일반 분류법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축이 하나 필요합니다. "이 자료는 신학적으로 어떤 주제를 다루는가" 하는 축입니다. 은혜에 관한 설교, 은혜에 관한 주석 메모, 은혜에 관한 심방 대화 — 이것들이 서로 만나려면 폴더가 아니라 신학이라는 좌표가 필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남들이 쓰는 분류법을 그대로 가져다 썼습니다. 그리고 볼트를 몇 번 뒤집어엎었습니다. 그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목회 기록에는 목회 기록을 위해 설계된 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네 개의 축 — 각 축이 답하는 질문

WORD 분류법은 노트 하나에 네 가지 질문을 던지고, 각 질문의 답을 속성값으로 붙여 주는 방식입니다. W·O·R·D는 각 축의 머리글자입니다.

W (World) — "이 자료는 어느 지식 영역의 것인가"

도서관 분류법에서 착안한 지식 도메인입니다. 예를 들어 100번대는 신학, 200번대는 사역, 800번대는 변증 — 이런 식으로 큰 영역에 번호를 부여합니다. 서점에서 책이 꽂히는 서가를 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분류에서 한 단계 정도만 더 들어가고(예: 100 신학 → 101, 102…), 그 아래로는 파고들지 않습니다. 분류가 세 단계, 네 단계로 깊어지는 순간 아무도 지키지 못하는 체계가 되기 때문입니다.

O (Outcome) — "이 자료를 무엇에 쓸 것인가"

같은 자료라도 용도가 다릅니다. 설교에 쓸 것인가, 강의에 쓸 것인가, 연구에 쓸 것인가. W가 자료의 "출신"이라면 O는 자료의 "행선지"입니다. 이 축이 있어야 "설교에 쓰려고 모아 둔 것만 전부 보여 줘"라는 요청이 가능해집니다.

R (Route) — "이 노트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가"

노트의 진행 단계입니다. 입력 → 작업 → 완료 → 기록의 흐름으로, 방금 들어온 날것인지, 지금 다듬는 중인지, 완성되어 참조만 하는지를 표시합니다. 이 축 덕분에 "지금 작업 중인 노트만" 따로 모아 보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책상 위에 펼쳐진 서류와 서랍에 정리된 서류를 구분하는 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 (Doctrine) — "이 자료는 신학적으로 어떤 주제인가"

목회자 분류법의 핵심이자, 일반 분류법에 없는 축입니다. 하나님의 형상, 구원론, 창세기 — 이런 신학적 주제를 좌표로 붙입니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는데, 이 값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만들면 안 됩니다. 미리 정해 둔 허용 목록 안에서만 골라 붙여야 합니다. "칭의", "의롭다 하심", "이신칭의"가 노트마다 제각각 붙는 순간 같은 주제의 자료가 서로를 못 알아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네 축이 모두 붙은 노트는 이렇게 답할 수 있게 됩니다. "나는 신학(W) 영역의 자료이고, 설교(O)에 쓰일 예정이며, 지금 작업 중(R)이고, 구원론(D)을 다룬다." 노트 하나하나가 자기 자리를 스스로 말하는 것입니다.

폴더 구조와 분류는 완전히 별개입니다

강의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러면 폴더도 WORD 번호에 맞춰서 만들어야 하나요?" 제 답은 언제나 같습니다. 완전히 다릅니다.

폴더는 파일이 물리적으로 놓이는 위치입니다. 한 노트는 폴더 하나에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반면 WORD 분류는 노트에 부여하는 속성값입니다. 한 노트에 여러 축의 값을 동시에 붙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묵상 노트는 폴더로는 "묵상" 폴더 한 곳에 있지만, 속성으로는 신학이면서 설교용이면서 구원론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노트에 날개를 달아 주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몸(파일)은 한 자리에 있지만, 날개(속성)로는 여러 갈래로 날아가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폴더 번호와 분류 번호를 아예 분리해서 운영합니다. 물론 수강생 중에는 둘을 통일해서 쓰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것은 취향의 문제이고 정답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폴더를 잘 짜는 것"과 "분류를 붙이는 것"이 서로 다른 작업임을 아는 것입니다. 폴더 정리에 아무리 공을 들여도, 속성값이 없는 노트는 여전히 한 서랍에 갇힌 종이일 뿐입니다.

제 실제 볼트의 그래프 뷰입니다. 폴더로는 각자 한 자리에 있는 노트들이, 속성과 링크로는 이렇게 서로 연결됩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걸 언제 다 붙이고 있나요?" — 당연한 질문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진짜 핵심입니다. 분류는 AI에게 시키는 일입니다. 지식 관리의 핵심은 축적이 아니라 체계적 분류인데, 그 분류 작업이야말로 AI가 사람보다 성실하게 해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순서가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AI가 옵시디언을 알아서 정리해 준다"는 영상이 많이 떠돕니다. 자료를 통째로 던지면 AI가 알아서 분류해 줄 것이라는 기대인데, 그 결과물 대부분은 노트가 몇백 개를 넘는 순간 못 쓰는 볼트가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분류 체계 없이 던져진 자료 앞에서 AI는 주인의 의도를 모릅니다. 의도를 모르는 AI가 임의로 붙인 분류는 짬뽕이 되고, 한 번 잘못 붙은 분류가 누적되면 AI는 그 잘못된 분류를 기준 삼아 다음 노트를 또 잘못 연결합니다. 점점 더 말귀를 못 알아듣는 볼트가 되어 가는 것입니다.

순서는 반대여야 합니다. 먼저 사람이 분류의 틀을 세우고, 그 틀 안에서 AI가 일하게 하는 것입니다. WORD 분류법이 바로 그 틀입니다. 네 개의 축과 각 축의 허용 값이 정해져 있으면, AI는 노트를 읽고 "이 글은 신학 영역, 설교 용도, 구원론 주제"라고 정해진 값 안에서만 판단하면 됩니다. 답안지가 주관식에서 객관식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AI가 폭주할 자리가 사라집니다.

자동 분류가 돌아가는 모습

틀이 서 있으면, 실제 분류는 이렇게 돌아갑니다. 새 노트에서 템플릿 하나를 실행하면 AI가 본문을 읽고 W·O·D와 태그를 판단해 속성값으로 붙여 줍니다. 진행 단계(R)는 새로 들어온 노트이니 "입력"으로 고정합니다. 손으로는 한 글자도 입력하지 않습니다.

개념 설명 애니메이션 — 노트를 던지면 AI가 본문을 읽고 네 축의 속성값을 정해진 허용 값 안에서 붙여 주는 과정입니다.

물론 AI가 다 하지는 못합니다. 경험상 AI가 잘하는 영역과 못하는 영역이 뚜렷합니다. 교회사·교리 같은 신학 자료, 일반적인 신학 키워드, 외부에서 스크랩한 글 — 이런 것은 AI가 사람보다 꼼꼼하게 분류합니다. 반면 가족 이야기(누가 누구인지 AI는 모릅니다), 개인의 사적인 맥락, 나만 쓰는 고유한 표현은 AI가 알 수 없습니다. 그 부분만 사람이 고쳐 주면 됩니다. 그리고 속도도 중요합니다. 저는 밀린 자료를 한 번에 다 돌리지 말고 하루 열 개 안팎씩 분류하고 결과를 검토한 뒤 다음 묶음으로 넘어가시라고 권합니다. 사람이 검토하고 교정한 만큼만 AI도 주인의 분류 의도를 배웁니다. 천천히 가는 이 길이 결국 가장 빠른 길입니다.

이렇게 분류가 쌓이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3년 전 설교와 지난달 묵상과 어제 읽은 기사가 "구원론"이라는 같은 좌표에서 만납니다. 대시보드 노트 하나에서 분류 전체의 연결 개수가 올라가는 것이 보이고, 다음 설교를 준비할 때 AI에게 "구원론으로 분류된 내 자료를 모아 줘"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검색이 아니라 소환이 되는 것입니다.

나에게 맞는 WORD 분류는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가지만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위에서 예로 든 값들은 제 사역에 맞춘 값입니다. 청소년 사역이 중심인 분과 개척 목회를 하시는 분과 선교지에 계신 분의 W와 O는 달라야 정상입니다. WORD는 네 개의 질문이라는 뼈대이고, 각 축의 살은 목사님의 삶으로 채워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개인화 과정을 웹으로 만들었습니다. 저희 사이트의 WORD 생성기에 목사님의 사역과 삶을 입력하시면, 목사님 한 분을 위한 분류 체계와 옵시디언용 대시보드를 만들어 드립니다. 무료이고, 구글 계정으로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분류 체계라는 것이 어떤 모양인지 감을 잡는 데 이만한 지름길이 없으니 한번 만들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그 체계 위에서 AI 자동 분류를 실제로 세팅하는 과정 — 템플릿 설치부터 자동 분류 실행, 검토 워크플로우, 나아가 AI 에이전트에게 볼트 전체를 맡기는 단계까지는 강의에서 화면을 같이 보며 처음부터 끝까지 다룹니다. 전체 그림이 궁금하시면 목회자를 위한 옵시디언과 AI 에이전트 소개 페이지를, 교회·노회 단위로 함께 배우고 싶으시면 단체 세미나를 참고하십시오.

10년 치 기록이 방 안에 쌓여만 있다면, 필요한 것은 더 큰 방이 아니라 네 개의 축입니다. 기록에 자리를 주십시오. 자리가 있는 기록만이 다시 돌아옵니다.